치킨집은 저녁 장사라는 공식을 깨고, 빠른 점심부터 혼밥과 저녁 모임까지 하루 종일 치킨을 팔아보려는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bhc의 강남역 플래그십 매장이에요.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bhc는 2026년 8월 4일 브랜드 첫 3층짜리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습니다. 눈에 띄는 규모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치킨을 누구에게, 어떤 단위로 팔 것인지에 있습니다.

한 마리에서 한 끼로

매장은 층마다 다른 손님과 주문 방식을 겨냥했습니다. 1층에는 튀김 로봇과 박스 메뉴를, 2층에는 원하는 부위·맛·소스를 고르는 치킨을 배치했어요. 3층은 모임과 외국인 고객을 위한 K-푸드 공간으로 꾸렸습니다.

핵심은 건물이 3층이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존 치킨집이 한 마리 주문과 배달, 저녁 수요에 집중했다면 이곳은 박스 메뉴와 조각 치킨, 맞춤형 치킨으로 판매 단위를 한 끼와 1인분까지 줄였습니다.

여럿이 한 마리를 나눠 먹는 상황만 기다리지 않고, 혼자 빠르게 점심을 먹는 상황에도 치킨을 팔겠다는 거죠. 같은 음식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시간과 상황을 넓혀보는 실험입니다.

로봇이 맡지 못하는 일

다만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운영이 저절로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점심 손님을 받으려면 빠르게 조리하면서도 1인분에 맞는 가격을 갖춰야 해요.

원하는 부위와 맛을 고르게 하면 부위별 재고에 소스와 시즈닝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K-푸드 메뉴를 더하는 만큼 준비할 재료도 늘고, 폐기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튀김 로봇은 가장 힘든 조리 작업을 줄여줄 수 있지만, 늘어난 메뉴와 재고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로봇이 덜어주는 노동 부담보다 새로 생기는 운영 부담이 작아야 이 모델이 성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강남역 밖에서도 팔릴까

bhc는 이 매장에서 시간대별 고객과 메뉴 판매 비중을 먼저 쌓은 뒤, 검증된 메뉴를 일반 가맹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직 일반 매장까지 확산됐다는 실적이 아니라, 검증을 거쳐 옮기겠다는 계획이에요.

오픈 초기 외국인 고객 비중이 30%였다는 숫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일반 치킨집에서 이 모델이 통할지를 보려면 점심 매출 비중과 재구매, 주문 처리 속도, 객단가와 폐기율이 더 중요합니다.

박스 메뉴와 튀김 로봇을 일반 매장에 옮겨 낮 시간 매출까지 늘릴 수 있다면, bhc는 치킨집의 영업시간을 확장한 셈이 됩니다. 반대로 그 성과가 강남역 밖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이번 실험은 3층짜리 쇼룸에 머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