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맛과 상관없는 싱크대·진열장·채반까지 본사 지정 거래처에서 사게 한 던킨의 과징금 21억3600만원이 유지됐습니다. SPC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의 구매처 제한을 법원이 문제로 본 사건입니다.

규격을 정하는 것과 구매처를 묶는 것

비알코리아는 주방설비·도넛 진열장·샌드위치 박스 등 38개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점주가 다른 곳에서 사려면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법원은 이를 점주의 거래처 선택을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필수품목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 고유의 반죽이나 원두처럼 맛과 품질을 통일하기 위해 본사 제품을 써야 하는 품목도 있어요.

하지만 싱크대·채반·진열장은 같은 규격의 제품을 다른 업체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규격을 정하는 것과 그 제품을 살 거래처까지 정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로열티 0% 뒤에 있는 비용

구매처 제한을 비용과 연결해서 봐야 하는 이유는 필수품목 가격에 붙는 ‘차액가맹금’ 때문입니다. 로열티가 없더라도 본사 공급품목에 붙는 마진을 통해 가맹 부담이 생길 수 있어요.

2025년 보도에 소개된 국내 던킨 점포는 로열티가 0%였습니다. 하지만 월매출 3300만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도넛·원두·컵 등 본사 공급품목에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 지출이 전부 본사 이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가격 안에서 실제 원가와 본사 마진이 각각 얼마인지 점주가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에요. 로열티율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 비용입니다.

0%와 10.9%를 비교하려면

같은 보도에서 미국 던킨은 매주 매출의 10.9%를 로열티로 내는 대신, 원재료를 협동조합이 거의 마진 없이 공동구매하는 것으로 소개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로열티 0%가 공짜라는 뜻도 아니고, 로열티 10.9%가 무조건 비싸다는 뜻도 아닙니다. 재료를 얼마에 사는지까지 함께 봐야 비교가 가능해요.

로열티·필수품목 마진·광고비·지정 설비를 합친 ‘실질 가맹 부담’이 공개돼야 어느 쪽의 부담이 더 큰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로열티 10%에 저렴한 재료를 쓰는 방식과, 로열티는 0%지만 유통마진을 알기 어려운 방식. 점주라면 어느 쪽을 고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