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민김밥인이 올해 선보인 매장에선 냉장 진열대의 김밥을 집어 바로 계산해요. 손님이 주문하면 말아주던 김밥을 미리 만들어 둔 건데요. 주문이 몰리는 순간에 만드는 일이 덜 겹치게 돼요.
미국 샐러드 체인 스위트그린은 주문을 받은 뒤 기계가 재료를 담아요. 김밥은 만드는 시간을 옮기고, 샐러드는 반복 동작을 기계에 맡긴 거예요. 기다림을 줄이는 두 매장은 어떤 비용을 부담하고, 무엇을 미리 결정해야 할까요?
가격을 올려도 만드는 수고는 그대로
김밥을 미리 만드는 매장이 나온 배경에는 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있어요. 한 줄을 팔려면 재료를 손질하고 밥을 편 뒤, 김밥을 말고 썰어야 하죠. 주문이 몰릴 때는 만드는 사람이 더 바빠지고 손님이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져요.
이렇게 드는 비용을 판매가에 더하는 일도 쉽지 않아요. 연합뉴스 취재에 응한 김밥집 점주는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부담스러워하고, 그대로 두면 원가 상승분을 떠안는다고 설명했어요. 서울의 7월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69원이었어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 올랐죠. 이런 비용 압박 속에서 고봉민김밥인은 주문이 올 때마다 만드는 방식도 바꾸려 했어요.
기다림이 사라진 자리의 재고
주문이 몰릴 때마다 김밥을 말기 바쁘다면, 손님이 오기 전에 만들어 두는 방법이 있어요. 고봉민김밥인은 4월 부산에 연 프레시 매장에서 냉장 진열대의 김밥을 바로 가져가게 했어요. 본사도 준비된 메뉴를 보고 빠르게 가져가는 ‘퀵 픽업’을 내세워요. 손님이 한꺼번에 와도 그 순간 모든 김밥을 새로 말 필요가 줄어드는 거죠.
매장은 손님이 고르기 전에 메뉴별로 몇 줄씩 만들지 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열 줄을 만들었는데 판매를 마칠 때까지 여덟 줄만 팔렸다면, 남은 두 줄에도 재료비와 만드는 시간이 들어간 상태죠. 반대로 적게 만들어 인기 메뉴가 일찍 떨어지면 더 팔 기회를 놓쳐요. 진열 판매에서는 제조 속도에 더해 팔릴 수량을 맞히는 일이 수익을 가르는 거예요.
주문을 받고 기계가 담으면
미리 완성한 김밥은 손님이 고르기 전에 속재료가 정해져 있어요. 스위트그린은 주문에 맞춰 재료를 조합하되, 담는 동작을 ‘인피니트 키친’에 맡겨요. 재료를 정량으로 담고 소스를 넣어 섞는 자동 조립 설비예요.
기계가 한 그릇을 만드는 동안 직원은 재료를 준비하고 손님을 응대할 수 있어요. 회사도 직원이 이런 일에 집중하게 하려는 설계라고 설명했어요. 허브나 아보카도를 더해 마무리하는 일은 기계에서 그릇이 나온 뒤 직원이 하고요.

그림 1. 완제품 진열과 주문 후 조립 · 내일사장 제작(AI 생성)
손 대신 먼저 들어가는 설비값
주문 뒤 조립을 기계에 맡기려면 설비값이 먼저 들어가요. 스위트그린은 2025년 2분기 보고서에서 인피니트 키친 한 대의 통상 가격을 45만~55만달러로 제시했어요. 당시 관세로 약 5%의 가격 상승도 예상했고요. 매장은 앞으로 받을 주문을 처리할 능력을 미리 사두는 셈이죠.
주문이 몰릴 때 사람을 더 쓰는 대신 기계를 가동한다면 추가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요. 인건비를 아낀 금액이 쌓여 설비 구입비와 그동안 낸 장비 관리비를 넘어서면 투자금을 회수한 거예요. 주문이 적어 추가 인력을 쓸 일도 별로 없다면 절감할 기회부터 줄어들죠. 그날 팔릴 김밥 수량을 정하는 일과 달리, 기계를 들이는 투자는 앞으로 반복해서 들어올 주문이 있어야 성립해요.
빨리 만들어도 주문이 줄면
앞으로 받을 주문에 기대 설비를 들였는데 장사가 부진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자동화 매장을 늘리던 2025년 2분기, 스위트그린의 기존 매장 매출은 전년 같은 분기보다 7.6% 줄었어요. 회사는 경기 부담과 멤버십 제도 전환 등을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았죠.
회사가 집계한 매장 운영 이익도 줄었어요. 인력 운영을 개선한 효과보다 매출 감소와 광고비 증가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죠. 주방에서 비용을 줄여도 판매가 부진하거나 다른 비용이 늘면 매장에 남는 돈은 줄 수 있어요. 설비 투자금을 되찾는 데 쓸 돈도 실제 영업에서 나오는 거예요.
기다림을 줄인 뒤의 장사
김밥집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더하면, 싸게 한 끼를 해결하러 온 손님의 부담도 커져요. 고봉민김밥인이 제조를 앞당긴 건 가격만 바꾸는 대신, 바쁜 시간에 주문을 감당하는 방법도 바꾼 대응이에요. 그 대가로 매장은 무엇을 몇 줄씩 완성할지 먼저 정하고, 남는 김밥과 일찍 떨어진 메뉴에서 생길 손실을 감당해야 하죠.
스위트그린의 자동 조립은 손님의 선택을 주문 뒤에 반영하면서, 직원의 일을 재료 준비와 마무리에 집중시키는 선택이에요. 주문이 꾸준히 몰려 추가 인건비를 계속 아낄 수 있어야, 큰 설비값도 회수할 수 있어요. 인력 운영을 개선해도 매장 이익이 줄었던 스위트그린처럼, 투자금 회수는 실제 판매와 광고비 같은 다른 지출에도 좌우돼요.
기다림을 줄이려는 두 선택은 한쪽엔 팔릴 수량을 맞힐 책임을, 다른 쪽엔 설비값을 회수할 부담을 더 크게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