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상담에서 ‘기존 점주가 9개까지 운영한다’는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집니다. 장사해본 사람이 자기 돈을 또 넣었다니, 신규 가맹점이 늘었다는 소식보다 믿음이 가죠. 첫 매장을 고르는 사람에게는 꽤 설득력 있는 추천처럼 들립니다.
노브랜드 버거에는 실제로 매장 9곳을 운영하는 점주가 있습니다. 더본코리아에는 여러 계열 브랜드를 합쳐 9곳을 운영하는 법인 점주도 있고요. 그런데 같은 ‘9개’ 안에서 복제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그 차이를 보면, 남의 추가 투자를 내 첫 창업의 근거로 삼을 때 무엇까지 함께 봐야 하는지 드러납니다.
해본 사람이 다시 낸 돈
신세계푸드는 2026년 8월, 다점포 점주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매장이 7월 말 기준 42곳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매장의 15%입니다. 다점포 점주 한 명이 평균 2.6곳을 운영했고,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 점주는 9곳을 맡았습니다. 회사는 기존 점주가 수익성과 운영 안정성을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했어요.
회사 설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작은 매장을 늘린 방식입니다. 약 15평 규모의 ‘콤팩트 매장’은 조리 동선과 운영 과정을 표준화해, 기존 매장의 경험과 인력을 추가 매장에 활용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다시 투자할 이유를 메뉴의 인기뿐 아니라 반복해서 운영하기 쉬운 구조에서도 찾는 겁니다.
첫 점포를 열 사람은 직원 채용과 교육, 발주량 조절을 처음부터 배웁니다. 반면 이미 매장을 돌리는 점주에게는 교육을 맡길 숙련 직원이나 주문량을 읽는 경험이 있을 수 있어요. 같은 간판을 사더라도 두 사람이 출발할 때 가진 운영 자산은 다릅니다. 공개된 42개 매장의 개별 손익은 없으므로, 회사가 설명한 재투자의 이유와 실제 수익 수준은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본사가 함께 사는 점주의 운영력
본사에도 경험 있는 점주가 매장을 더 여는 데서 얻는 이점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점주를 선발하고 가르치는 대신, 이미 브랜드 운영을 해본 사람과 다음 매장을 준비할 수 있죠. 점주가 여러 매장의 직원 교육과 현장 점검을 맡을 수 있다면 본사의 관리 부담도 덜어집니다.
이때 점주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한 매장의 주문을 처리하던 사장이 다른 매장의 책임자를 뽑고, 품질과 근무표를 맞추는 운영자가 됩니다. 본사는 매장을 늘리는 동시에, 그 사이의 관리 역할을 맡을 사람도 확보하는 셈이에요.
프랑스의 가맹본부와 점주를 함께 조사한 2020년 연구에서도 다점포 운영은 본사의 빠른 성장과 낮은 관리 비용에 연결됐습니다. 그러나 점주의 점포당 매출과 이익까지 점포 수에 맞춰 좋아지는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본사가 얻는 확장 속도와 점주가 감당해야 할 관리 규모를 따로 본 결과입니다. 매장이 늘수록 점주 쪽에도 운영 조직이 필요해진다는 질문을 남깁니다.
같은 버거 9곳, 다른 메뉴 9곳
더본코리아의 사례에서는 복제의 범위가 달라집니다. 매경이코노미가 2026년 8월 소개한 한 법인 점주는 롤링파스타 6곳에 역전우동0410·빽다방·연돈튀김덮밥을 한 곳씩 운영했습니다. 같은 브랜드 9곳이 아니라, 한 본사 아래 여러 브랜드를 합친 9곳입니다.
같은 본사를 경험했다면 가맹 지원 방식과 담당자와의 소통, 새 매장을 준비하는 절차에 익숙할 수 있습니다. 커피와 식사처럼 서로 다른 수요를 받는 메뉴를 고를 수도 있고요. 기존 관계를 활용하면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선택입니다.
다만 파스타 매장을 잘 돌리던 직원이 곧바로 커피 제조와 카페의 주문 흐름까지 익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사와의 관계는 재사용해도 조리·교육·재고 관리는 새로 만들어야 할 수 있어요. 같은 브랜드를 여러 곳 운영할 때는 업무를 반복하는 효율이 중요하고, 여러 브랜드를 운영할 때는 서로 다른 업무를 묶어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두 ‘9개’를 함께 읽을 때 볼 것은 최대 점포 수보다 그 점주가 무엇을 다시 쓰고 있는지입니다. 같은 레시피를 가르칠 숙련 직원인지, 여러 매장의 점장을 관리하는 체계인지, 새 업종을 준비할 자금과 조직인지에 따라 첫 창업자가 배울 수 있는 내용도 달라집니다.
사장님 자리에서 새로 나가는 월급
이 차이는 손익계산에서 가장 또렷해집니다. 첫 매장의 이익에 사장님이 직접 조리하고 직원을 관리한 대가가 섞여 있다면, 그 숫자를 매장 수만큼 곱하기 어렵습니다. 사장님은 여러 주방에 동시에 서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림 1. 사장의 현장 노동으로 운영하는 매장과, 매장별 책임자·직원을 두고 관리하는 다점포 운영의 차이 · 내일사장 제작(생성 이미지)
이해를 위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일해 한 달에 500만원을 가져가는 매장이 있습니다. 그 일을 대신할 점장의 급여와 고용에 드는 총비용을 월 350만원으로 가정하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남는 돈은 150만원입니다. 같은 매장을 두 곳 만들어 각각 점장을 두면 합계는 300만원이에요. 점포 수는 두 배지만, 사장님이 가져가는 돈은 기존 한 곳의 500만원보다 작습니다.
첫 매장부터 점장이 운영했고 그 비용을 낸 뒤에도 500만원이 남았다면, 추가 출점의 출발선은 훨씬 좋습니다. 사장의 근무 여부가 바뀌어도 유지할 수 있는 이익을 이미 확인한 셈이니까요.
다점포 운영이 유리해지는 길도 여기 있습니다. 매장별로 필요한 근무 인력을 두되, 공통 교육을 반복해서 쓰고 결원에 대응할 인력을 확보하는 겁니다. 점장이 판단할 업무와 사장에게 보고할 업무를 정하면 매장마다 사장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점포 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교육과 관리의 중복을 줄이는 속도가 중요해집니다.
2호점이 증명해야 할 첫 번째 변화
기존 점주의 재투자는 여전히 좋은 신호입니다. 다만 그 신호를 내게 옮기려면, 그 사람이 첫 매장에 얼마나 오래 서 있었고 두 번째 매장을 연 뒤 그 자리를 누가 맡았는지까지 알아야 합니다. 추가 출점 후 두 매장을 합친 이익이 늘었는지, 그 과정에서 사장의 근무시간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함께 보면 판단이 선명해집니다.
처음부터 내 일자리를 만들려는 창업자라면 직접 일한 대가를 포함한 소득이 중요합니다. 여러 매장을 운영하려는 창업자라면 그 노동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뒤에도 남는 이익이 필요하고요. 같은 브랜드가 두 사람에게 주는 사업의 모습은 다를 수 있습니다.
노브랜드 버거의 표준화된 작은 매장과 더본코리아의 여러 브랜드는 서로 다른 확장 수단입니다. 이 수단을 성장으로 바꾸는 것은 점주가 가진 인력과 운영 체계예요. 2호점의 첫 성과는 간판이 하나 늘었다는 사실보다, 사장이 첫 매장을 떠나도 품질과 손익이 유지되는 변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때부터 다음 점포는 사장의 하루를 더 잘게 나누는 일이 아니라, 이미 만든 운영 능력을 다시 쓰는 투자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