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집을 하나 더 열지 않고도 동네 편의점에서 피자를 팔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모두 닫았는데 같은 이름의 제품은 마트 냉동고에 남아 있기도 하죠. 고피자와 나뚜루에서 나타난 변화입니다.

간판이 늘면 성장이고 매장이 사라지면 쇠퇴라고 읽어왔다면, 두 소식은 서로 모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매장을 움직이던 일을 나눠 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 마지막으로 손을 대는 일, 손님을 만나 파는 일을 꼭 한 매장이 맡을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피자집 한 채 대신, 계산대 옆 오븐

고피자는 GS25에 작은 오븐과 제품을 공급해, 편의점 안에서 피자를 구워 파는 방식을 넓혀왔습니다. 별도 피자집을 하나씩 여는 확장과는 출발점이 달라요. 이미 영업 중인 가게의 공간과 방문객을 활용합니다.

이 방식은 2024년 4월 고피자와 GS리테일의 업무협약 때 구체적으로 소개됐습니다. 두 회사는 GS25더관악점에서 시범 운영을 거쳤고, 초저온 급속 동결 제품과 전용 소형 오븐을 이용해 주문 뒤 구운 피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편의점 직원이 도우 반죽부터 시작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고피자의 공식 창업 안내도 자체 개발 도우를 공장에서 생산해 배송한다고 설명합니다. 피자의 바탕을 공장에서 준비하고, 판매 현장에서는 정해진 제품과 설비로 마무리하는 방식이죠. 큰 주방과 숙련 조리사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다른 가게에도 넣을 수 있는 조리 과정을 만든 셈입니다.

나뚜루 간판에서 냉동고 한 칸으로

나뚜루는 현장에 남기는 일을 더 줄였습니다. 롯데웰푸드는 2026년 8월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을 자진 취소했고, 9월에는 가맹사업 철수와 남은 매장들의 영업 종료가 보도됐습니다. 회사는 마트·편의점 등을 통한 완제품 유통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담아 건네는 전용 매장이 없어도, 손님이 밀봉된 컵이나 파인트를 집어 들면 구매는 끝납니다. 롯데웰푸드 공식몰에도 나뚜루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요. 매장 사업을 접은 뒤에도 제품을 팔 수 있는 통로는 남아 있는 겁니다.

고피자의 편의점에는 마지막으로 피자를 굽는 설비와 사람이 필요합니다. 나뚜루 완제품 판매에서는 매장 직원이 맛을 고르고 떠 담아줄 필요가 줄어듭니다. 둘 다 기존 유통망으로 들어가지만, 판매처에 남겨놓은 일이 서로 다릅니다.

공장으로 옮겨간 주방, 현장에 남은 일

이렇게 공정을 나누면 새 판매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이 달라집니다. 전용 매장은 입지와 임대 공간, 주방과 인력, 손님을 모을 이유를 한꺼번에 갖춰야 합니다. 이미 손님이 드나드는 편의점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중 일부를 기존 가게와 함께 쓸 수 있습니다.

대신 판매처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일이 단순해져야 합니다. 계산과 진열을 하던 직원에게 복잡한 조리를 하나 더 맡기기는 어렵죠. 작은 설비로 정해진 품질을 내고, 보관과 조작이 쉬운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입점할 곳도 넓어집니다.

고피자 대표는 2025년 푸드테크 행사에서 로봇팔로 여러 조리 작업을 자동화하려던 시도 끝에, 도우와 작은 오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에서 읽을 변화는 가게 안의 사람을 기계로 얼마나 바꿨느냐보다, 피자를 굽는 일을 다른 가게도 맡을 수 있게 얼마나 줄였느냐입니다.

나뚜루는 포장된 완제품으로 그 단계를 더 밀어붙입니다. 현장 조리를 줄인 만큼 생산·포장·보관과 운송 단계에서 품질을 지켜야 해요. 매장이 맡던 일이 공장과 물류, 판매처로 나뉘는 것이지 음식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장에서 준비한 피자를 판매처에서 굽는 과정과 포장 아이스크림을 냉동고에서 판매하는 과정을 비교한 개념 일러스트

그림 1. 판매 현장에서 조리를 마무리하는 방식과, 포장 완제품을 꺼내 파는 방식의 차이 · 내일사장 제작(생성 이미지)

방문객을 빌리는 대신 내주는 선택권

기존 유통망을 쓰면 고객을 처음부터 모으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손님은 피자나 아이스크림만 사러 온 사람이 아닐 수 있어요. 브랜드는 가게 전체를 자기 이름으로 채우는 대신, 다른 상품들 사이에서 선택받아야 합니다.

전용 나뚜루 매장에서는 들어온 뒤 어떤 맛을 먹을지 고릅니다. 마트에서는 나뚜루를 집을지, 옆의 다른 아이스크림을 집을지부터 고르죠. 제조사에게는 유통망이 넓다는 사실만큼 실제 진열 자리와 판매 속도, 다음 주문이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고피자의 방식은 해외에서도 확인됩니다. 싱가포르 공식 사이트는 세븐일레븐 안에서 판매하는 지점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새 나라에서 전용 피자집을 한 곳씩 여는 것 외에도, 현지 판매망 안으로 조리 방식을 옮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오븐을 넣은 편의점에는 새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 보관과 주문 처리, 굽기와 청소가 더해집니다. 기존 방문객에게 더 팔 수 있는 장점이 이 추가 업무와 공간 사용을 감당할 때 판매처도 오래 참여할 이유가 생깁니다. 입점 숫자 뒤에서 필요한 것은 기기를 놓을 자리와 다시 주문할 이유가 함께 생기는 일입니다.

매장에 투자한다면, 남겨야 할 역할

여기서 창업자가 살펴볼 대상도 달라집니다. 편의점에 상품 하나를 더하는 투자는 기존 공간과 인력 위에서 얼마를 더 남길지를 봅니다. 반면 전용 매장을 새로 내는 투자는 그 가게 전체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만큼 손님이 찾아와야 합니다. 같은 브랜드를 팔아도 필요한 매출의 출발선이 다릅니다.

브랜드가 편의점과 마트에서 더 자주 보이면 첫 구매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전용 매장은 그곳까지 찾아올 이유를 더 분명하게 만들어야 하죠. 주문에 맞춘 선택이나 식사 공간, 현장에서 받는 서비스처럼 제품 한 개를 집어 드는 구매로 채워지지 않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고피자의 판매망 확대를 볼 때는 제품과 조리 방식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반복해서 주문받는지, 나뚜루의 전환을 볼 때는 전용 매장 없이도 유통 채널에서 선택받는지를 보게 됩니다. 브랜드의 힘을 확인할 장소가 간판 바깥으로 넓어진 겁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 매장에 투자하는 일은 그 브랜드를 파는 자리를 사는 데서 끝나기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다른 판매처로도 갈 수 있을수록, 내 매장은 그 유통망 안에서 어떤 일을 맡아 대가를 받을 것인지가 중요해집니다. 공장과 냉동고, 작은 오븐으로도 채울 수 있는 일이 늘어날 때, 가게 전체를 열어야만 해줄 수 있는 일이 매장의 값을 만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