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를 고르는 이유 중 하나는 혼자 장사할 때보다 물건을 편하게 들여올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여러 매장이 같은 재료를 쓰니 대량으로 사고, 품질을 확인하고, 배송까지 묶을 수 있겠죠. 그런데 공동으로 사는 장점은 어디까지이고, 반드시 한곳에서 사야 할 이유는 어디서부터일까요?
던킨에서는 도넛 반죽을 넘어 싱크대와 채반까지 구매처가 묶였습니다. 청년피자에서는 본사 밖에서 물건을 산 점주에게 구매액보다 훨씬 큰 위약금이 붙었고요. 두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같은 물건을 함께 사는 일 안에도 서로 다른 결정권이 들어 있다는 점이 보입니다.
도넛 옆에 붙은 싱크대 주문서
먼저 던킨의 구매 목록을 보죠. 공정위가 2025년 제재한 비알코리아의 지정 품목에는 싱크대·작업대·도넛 진열장·채반·샌드위치 박스 등 38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가맹점은 이 물건들을 본사를 통해서만 사야 했습니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3,6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가 제시한 대안은 구체적이었습니다. 기능·규격·디자인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물건은 점주가 구매처를 고르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도넛의 맛과 품질을 지키는 기준이 있다고 해서 싱크대를 파는 곳까지 하나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던 거죠.
이 차이는 돈을 쓸 때 드러납니다. 같은 규격의 물건을 여러 곳에서 살 수 있으면 점주는 가격과 배송·수리 조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구매처가 고정되면 그 비교 결과를 실제 주문으로 옮기기 어려워집니다. 본사가 정한 기준을 지키는 일에, 본사가 정한 판매자에게 돈을 내는 일까지 묶이는 겁니다.
바깥에서 사오는 데 붙은 가격
청년피자의 사례에서는 그 묶음에서 벗어나는 비용이 보입니다. 공정위의 2026년 8월 발표에 따르면, 비에스비푸드는 2021년 7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외부 구매 19회를 포함한 26회에 총 11억1천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했습니다. 실제 납부받은 돈은 약 1억2천만원이었습니다.
외부 구매 사례들의 구매액은 건당 5,100~11만4,000원, 실제 낸 위약금은 300만~2,000만원 범위였습니다. 공정위는 구매액과 본사의 영업이익 손실에 비해 과중한 부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건을 사는 돈보다 규칙에서 벗어나는 돈이 더 커진 사례입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밖에서 더 좋은 거래를 찾아도 옮겨가기 어렵습니다. 공급자는 다른 판매자와 매번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아도 주문을 유지할 수 있어요. 던킨이 무엇을 묶었는지 보여줬다면, 청년피자는 묶인 거래를 유지시키는 힘을 보여줍니다. 이제 궁금한 것은 이 힘을 쓰면서도 점주가 구매 조건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느냐입니다.
품질은 본사, 가격 협상은 점주 쪽
미국 던킨에는 다른 역할 분담이 있습니다. 점주들이 소유한 구매·물류조합 National DCP, 줄여서 NDCP가 매장에 필요한 물품의 조달과 배송을 맡습니다. 던킨 본사는 2012년 이 조합과 미국 본토 매장을 위한 장기 독점 공급망 계약을 발표했습니다. 매장들이 제각각 물건을 사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대신 공동구매 안의 일을 나눴습니다. 던킨의 2012년 투자자 자료에서는 본사가 공급업체와 제품을 승인하고 규격을 정하며, NDCP는 승인된 공급업체들과 가격을 협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과 매장이 물건을 사는 조건을 서로 다른 역할로 둔 것이죠.
2017년 연차공시에도 NDCP는 점주 소유 조합으로 적혀 있고, 던킨 본사가 조합을 지배하지 않으며 제한된 계약상 권한을 가진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간판의 맛을 맞추는 일과 구매를 대표하는 조직을 누가 소유하는지를 분리한 구조입니다.

그림 1. 품질 승인과 가격 협상의 역할을 나누면서 물류는 함께 이용하는 구매 구조 · 내일사장 제작(생성 이미지)
큰 물량을 움직이는 사람들
그 역할 분담은 지금도 대표를 뽑는 방식에서 확인됩니다. 현재 NDCP 이사회 안내에 따르면, 점주 이사들은 정해진 지역의 동료 점주들에게 선출됩니다. 매장들이 조합의 고객인 동시에 소유자이고, 자신들을 대신해 구매를 관리할 대표를 고르는 겁니다.
NDCP는 공급업체 발굴과 물량 할인 협상, 원자재 위험 관리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낮은 원가를 추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설명이 어느 매장에 얼마의 이익을 남겼는지는 별도 손익으로 확인할 일이지만, 비용을 내는 점주들이 구매조직에 요구를 전달할 경로는 구조에 들어 있습니다.
이때 공동구매의 힘은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여러 매장의 주문을 모으면 제조사와 물류업체를 상대로 협상할 규모가 생깁니다. 동시에 개별 매장이 그 조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지면, 구매조직은 매장을 상대로도 강한 위치에 섭니다. 규모의 이점이 매장까지 전달되려면 바깥에 대한 협상력뿐 아니라 안쪽의 가격 결정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장 수 다음에 볼 납품서
프랜차이즈가 커질 때 창업자가 기대할 만한 효율은 분명합니다. 주문량이 모여 생산과 운송이 안정되고, 개별 점주가 공급처마다 품질을 검사하고 거래할 수고도 줄일 수 있습니다. 본사가 공급망 운영에 대가를 받는 사업도 성립할 수 있죠. 그 대가와 함께 매장이 얻는 절감·품질·서비스가 보여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몇백 개 매장이 함께 산다’는 설명 다음에는 실제 납품 조건이 궁금해집니다. 물량이 커진 뒤 같은 규격의 제품 가격이나 배송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원가가 변할 때 공급가를 어떤 기준으로 조정하는지,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대체 공급처를 누가 검토하는지입니다. 점주가 그 과정에 질문하고 답을 받을 통로가 있는지도요.
공동구매의 가치는 큰 물량을 확보했다는 사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물량으로 얻은 좋은 거래가 매장의 납품서에도 남아야 합니다. 매장 수가 늘어난 브랜드를 볼 때, 이제는 간판이 만든 구매력을 누가 대표하고 어떤 조건으로 나누는지까지 보게 됩니다. 함께 사는 규모가 점주에게도 자산이 되는 지점은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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